한국 야구의 상징적인 존재인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18년간 이어온 태극마크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겪은 대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국가대표 마운드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이 0-10 콜드게임 패배로 끝난 직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현지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마지막인 것 같다며 대표팀에 복귀해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류현진은 1과 ⅔이닝 동안 40구를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3실점을 기록해 패전 투수가 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에 성사된 국가대표 복귀 무대였으나,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포진한 도미니카공화국의 화력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1회 상대 선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그러나 2회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허용한 볼넷이 화근이 됐다. 이어 후니오르 카미네로에게 적시 3루타를 맞았고, 다시 만난 타티스 주니어에게 추가 적시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넘겼다.
패배의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돌렸다. 류현진은 야수들이 상대 투수에게 적응할 시간을 벌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패의 충격 속에서도 팀의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야구의 세대교체 문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젊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맞대결하며 얻은 경험이 향후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류현진은 이번 대회를 시발점 삼아 후배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와 2009년 WBC 준우승을 이끌며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상징해왔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잦은 부상과 수술로 긴 공백기를 가졌으나, 불혹을 앞둔 시점에 다시 조국의 부름에 응하며 마지막 헌신을 마쳤다.
이번 8강전 참패로 한국 야구는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확실한 선발 자원 부재와 투수진의 구위 저하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류현진 이후를 책임질 차세대 에이스 발굴은 한국 야구의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류현진의 은퇴로 한국 야구는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게 됐다. 그가 남긴 18년의 기록과 경험을 토대로 대표팀이 어떤 방식으로 재건될지가 향후 야구계의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