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ㆍ연예 라이프ㆍ문화 오피니언ㆍ칼럼 의료
 

 

환자 귀책으로 발생한 후유증 치료비는 병원이 청구 가능

최예원 선임기자 | 입력 26-05-10 10:50



의료진의 과실이 있더라도 환자 본인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 치료비에 대해서는 병원 측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의료 사고 발생 시 병원 측의 치료비 청구를 엄격히 제한해 온 기존 대법원 판례의 적용 범위를 환자의 귀책 사유가 명확한 영역까지 세분화하여 병원 부담을 완화한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조현병 환자 A씨가 입원 중 자살 시도로 중상을 입은 사건의 항소심에서 병원의 상계항변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에 위자료를 포함해 총 3억 7,752만 7,002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하면서도, 전체 손해액 중 환자 책임으로 돌아가는 부분의 치료비는 병원이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지난 2019년 12월 조현병 증세로 B 대학병원에 자의입원한 A씨가 산책 도중 자살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A씨는 지주막하출혈과 척수 손상 등 중증 상해를 입었으며, 병원의 감시 소홀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병원 책임을 손해액의 25%로 제한하고 3억 9,0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양측 모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 A씨는 입원 후 의료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제인 클로자핀 복용을 거부하다 사고 발생 이틀 전에서야 복용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치료를 성실히 따랐다면 자살 충동이 억제됐을 가능성이 컸다는 점을 지적하며, 책임 분별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자살을 시도한 환자의 잘못을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전체 손해를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한 점에 있다. 재판부는 손해를 병원 과실 영역(25%), 환자 귀책 영역(37.5%), 양측 모두의 책임이 아닌 영역(37.5%)으로 나눴다. 이 중 환자 귀책 영역에서 발생한 치료비는 병원이 청구할 수 있는 진료채무의 영역이지, 병원이 배상해야 할 손해의 일환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된 경우, 이후의 치료를 손해배상의 연장선으로 보아 병원의 치료비 청구를 금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환자 잘못으로 인한 후유증까지 병원이 배상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의 형평성도 고려됐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잘못으로 생긴 부분까지 병원이 감당하게 할 경우, 정책적·법리적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귀책이 혼재된 의료 분쟁에서 치료비 정산 방식을 둘러싼 논의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환자 귀책 사유에 따른 치료비 부담 주체를 명확히 가리는 기준이 제시됨에 따라, 향후 유사한 의료 과실 소송에서 책임 제한 비율뿐만 아니라 실제 집행된 치료비의 성격을 규명하는 절차는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Copyrightⓒ한국미디어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헌재 "응급구조사 초음파 지시는 무면허 의료행위" 의사들 재판소원 각하
의료기사법 개정 논란 확산…보건의료계 “면허 침해” vs 정부 “민생 위한 조치”
의료계 기사목록 보기
 
최신 뉴스
하승진부터 김주성까지…2m 넘는 국내 장신 스타 1..
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찍던 50대 관광객 추락해 ..
민원 취소 압박하고 근무 중 반복 고백한 경찰관…대..
5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 107건…반도체 기술만 ..
DMZ 지뢰 추정 폭발 닷새 만에 합참·유엔사 사..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중부 맑고 남부·제주 비…..
추석 마지막 날 귀경길 혼잡…서울 방향 오후 4~5..
한국 농구, 남녀 대표팀 모두 금메달…12년 만에 ..
SK하이닉스 솔리다임, 내년 미국 상장 추진…기업가..
싸이·로제·제니, 유튜브 구독자 상위권…K-콘텐..
 
최신 인기뉴스
추석 귀경길 오전부터 정체…부산→서울 9시간, 오후..
사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자의 『도덕경..
이재명 대통령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없..
모레노호, 에콰도르 3-0 완파…오현규·손흥민·..
靑 “DMZ 지뢰사고, 새 수색 루트 개척 중 발생
추석 보름달 보기 어려워…전국 오후부터 비, 귀경길..
상어 ‘부캉이’ 인기에 부산 북항 북적…추석 이틀간..
추석 연휴 안산서 70대 어머니 살해한 50대 딸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아시아 시가총액 3·4위..
한·멕시코, 7년 만에 투자보장협정 개정 합의…공..
 
신문사 소개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기사제보
 
한국미디어일보 / 등록번호 : 서울,아02928 / 등록일자 : 2013년12월16일 / 제호 : 한국미디어일보 / 발행인 ·  대표 : 백소영, 편집국장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편집인 : 백승판  / 발행소(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99, 4층 402호 / 전화번호 : 1566-7187   FAX : 02-6499-7187 / 발행일자 : 2013년 12월 16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소영 / (경기도ㆍ인천)지국, (충청ㆍ세종ㆍ대전)지국, (전라도ㆍ광주)지국, (경상도ㆍ부산ㆍ울산)지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국 / 이명기 전국지국장
copyright(c)2026 한국미디어일보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