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계엄 옹호가 아닌 저지"라고 재차 강조하며, 당내 일부 세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선거 하루 전인 오늘, 윤상현 선거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의 뿌리와 정체성은 불법 계엄한 윤석열 탄핵 반대'라고 했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막은 당이어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과거와의 단절 및 미래지향적 가치를 당의 핵심 정체성으로 제시했다.
이번 논쟁은 최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의 주장은 당이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상현 의원은 "선거만 바라보며 정체성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 당의 뿌리마저 흔들린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한 입장을 보였다.
한 전 대표가 선거 전날 다시 한번 입장을 밝힌 것은, 윤 의원의 주장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고,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보수 정당의 근본적인 가치와 혁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노선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당의 과거사와 정체성을 두고 핵심 인사들 간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막판 보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건강한 논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당의 분열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