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SPC 그룹의 산업재해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가 열린다면 이번이 두 번째로, 국회는 이를 통해 기업의 구조적 안전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제도적 대응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SPC 그룹에 대한 청문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과실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재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SPC삼립으로부터 요청한 자료를 받은 뒤,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노위는 지난달 29일 SPC 중대 재해와 관련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김범수 SPC삼립 대표는 간담회에서 "사고 설비를 전면 철거하고, 일부 라인에 4조 3교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매월 노사 합동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과의 점검 주기도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하는 등 현장 안전 관리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번 청문회를 단순한 기업 질책을 넘어,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기업의 안전관리 실패, 정부의 미온한 대응, 국회의 입법 감시 부재가 만든 총체적 시스템 붕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같은 비극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SPC 산업재해 관련 국회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SPC는 2022년 10월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사고에 이어, 이듬해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같은 해 12월 첫 청문회가 열린 바 있다. 당시 SPC 회장은 "안전 교육을 더 많이 하고 위험한 부분은 기계 설비로 대체해서 작업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앞선 청문회에서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관련 경영 책임자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총괄 권한이나 책임이 있거나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 안전 위험 방지 및 관리 의무를 지우고, 이를 다하지 못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PC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을 지배하고, 파리크라상이 SPC삼립을 포함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중대재해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가 법적 책임 대상이 된다. 안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할 경우 산업재해 청문회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총수 책임을 포함한 구조 개편 문제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청문회가 단순한 사고 조사를 넘어 SPC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와 안전 관리 시스템 문제를 다룰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