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에어컨 사용 및 수리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폭발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수리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여름철 에어컨 관련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26일 전북소방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어제(25일) 저녁 7시 10분경 익산시 부송동의 한 아파트 4층에서 발생했다. 해당 세대 발코니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펑'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이 폭발의 충격으로 사고가 발생한 4층 세대는 물론, 바로 아래 3층 세대의 발코니 유리창과 난간 등이 크게 파손됐다. 사고 당시 폭발 지점 근처에 사람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퇴근 후 저녁 시간을 보내던 아파트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놀라 대피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사고 당시 해당 세대에서 에어컨 수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리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수리 기사가 배관 내부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누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질소 가스의 압력을 과도하게 높여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컨 수리 업계에 따르면, 배관 청소나 점검 시 일시적으로 높은 압력의 질소 가스를 주입하는 과정은 통상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노후된 배관이나 실외기 부품이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거나, 작업자가 순간의 실수로 적정 압력을 초과해 가스를 주입할 경우 용접 부위나 약한 부분이 터져 나가면서 이번과 같은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여름철을 맞아 급증하는 에어컨 설치 및 수리 현장에서 작업자의 사소한 부주의나 안전 규정 미준수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수리 작업을 의뢰할 때는 반드시 자격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 맡기고, 작업자 역시 표준 작업 절차와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수리 기사 등 관련자 조사를 통해 정확한 폭발 원인을 규명하고 업무상 과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