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그리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보안 휴대전화, 이른바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서며 수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검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통신 영장을 집행해, ‘VIP 격노설’의 실체와 대통령실의 조직적 개입 정황을 밝힐 핵심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이 전 장관 등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통신 내역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집행에 들어간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번 영장 집행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며 이를 뒤집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결정적 조치다.
특검의 강제수사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검은 지난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윤 전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을 압수수색해 개인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동시에 이종섭 전 장관이 사용했던 비화폰 역시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해왔다. 비화폰은 도·감청이 불가능한 보안폰으로,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대통령실과 국방부 수뇌부 간의 민감한 통화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커 수사의 ‘스모킹 건’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역시 비화폰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 여사의 통신 기록까지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절차로 해석된다.
특검의 칼날은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당일의 통화 기록에 집중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당일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이미 결재까지 끝난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비화폰과 윤 전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대조해 당시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를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특검은 이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이었던 박진희 전 보좌관을 연이어 소환 조사하고, 임성근 전 사단장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서버가 있는 수도방위사령부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를 잇는 외압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핵심 인물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함에 따라, 수사 외압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사에 개입했는지가 통화 기록을 통해 명백히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의 사법 처리는 물론 정국에 미칠 파장 또한 상당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압수된 개인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포렌식 과정에서 양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