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핵심 데이터센터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주요 행정 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국가 재난 위기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즉시 가동하여 범정부적 총력 대응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윤호중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전산 시스템 장애가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고,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대본 가동으로 각 부처에 분산된 대응 체계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일원화되어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화재는 지난밤 8시 15분경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의 리튬배터리 보관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즉시 대응에 나섰으나,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의 특성상 완전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며 1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국가 행정 기능의 핵심을 담당하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들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이번 시스템 장애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부 서비스는 총 70개에 달한다. 특히 국민 생활과 직결된 1등급 시스템 12개와 2등급 시스템 58개가 전면 중단되어 시민들의 큰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대면 신원 확인의 핵심인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와 온라인 민원 창구인 "국민신문고"가 멈춰 섰다. 이 외에도 각종 정부 웹사이트 접속 지연 및 오류가 발생하고 있어, 행정 공백의 범위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대본을 중심으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시스템 복구에 주력하는 한편, 수작업 등 대체 가능한 수단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유지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손상과 전력 공급 불안정성 문제로 인해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의 재난 대비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