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찰청 폐지' 법안의 국회 통과로 검찰 조직 전체가 술렁이는 가운데, 대표적인 검찰 개혁론자로 꼽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찰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권한을 움켜쥐고 사회 주동 세력인 체하던 시대는 저물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법안 통과에 대한 검찰 내부의 집단적인 반발 기류와는 정반대의 목소리여서 더욱 주목된다.
임 지검장은 오늘(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검찰의 시대는 결국 저물 것이고, 우리 사회는 또다시 나아갈 것"이라며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역사"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법안 통과를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으로 규정하고, 검찰 조직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검찰이 과도한 권한을 유지해 온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지검장은 "그릇에 넘치는 권한이라 감당하지 못하니 넘치기 마련"이라며 "부끄러움을 알고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안 되었을 테니 부딪치고 깨지는 파열음이 요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이 자초한 위기라는 자성적인 평가로 풀이된다.
이번 법안 통과는 1948년 검찰청 설립 이후 78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형사사법체계 개편이다. 핵심은 기존 검찰청의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으로,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수사 기능은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소 및 공소유지 기능은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된다.
임 지검장은 글 말미에 "검찰 구성원이라 속상하지만, 의연하게 일몰을 맞으며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이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의 이번 발언은 검찰 조직의 미래를 두고 내부에서도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본격화될 검찰 조직 개편 과정에서 또 다른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