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자행된 대표적 국가폭력 사건인 "삼청교육대"의 깊은 상흔이 45년 만에 국가의 공식적인 책임 인정으로 치유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자 구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역사의 어두운 페이지를 바로잡으려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법무부는 28일,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측의 상소를 원칙적으로 전면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가가 더 이상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신속한 배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오랜 시간 동안 법정 안팎에서 고독한 싸움을 이어온 피해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위로가 될 전망이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신군부 세력이 사회 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설치되었으며, 법적 절차 없이 약 4만여 명의 국민을 강제로 연행해 감금하고 비인간적인 폭력과 강제노역을 가한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소 50여 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그간 피해자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2천여 명이 60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하며 기나긴 법정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국가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피해자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안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삼청교육대 사건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명백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의 국민 통합 기조에 발맞춰,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실현하기 위해 상소 포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침에 따라 현재 항소심과 상고심에 계류 중인 모든 사건에서 국가의 상소는 취하될 예정이며, 향후 1심 판결이 나오는 사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대한 중대한 오인이 없는 한 항소를 제기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사법부의 판단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국가폭력 피해 구제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러한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는 최근 일관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에도 또 다른 대규모 인권 탄압 사건인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상소를 일괄 포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과거 정부가 소멸시효라는 법 기술적 논리로 국가의 책임을 축소하려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인권 존중과 피해자 중심의 원칙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피해자들의 고통을 국가가 보듬고 사회적 화해와 통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번 삼청교육대 관련 결정은 역사의 과오를 청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