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가 휴일인 오늘(26일) 이례적으로 본회의를 열고, 여야 간 큰 쟁점이 없는 70여 건의 민생 법안을 처리하며 모처럼 협치의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이견이 표출되며 완전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61명 중 찬성 260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전원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수용 의무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임차인이 요청할 경우 상가건물 관리비의 구체적인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재석 258명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불투명했던 상가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딥페이크 등 불법 합성물이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가해자에 대해 법원이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보호시설 퇴소 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정 공휴일인 '근로자의 날'의 명칭을 '노동절'로 변경하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가결되는 등, 총 74건의 안건이 이날 처리됐다.
하지만 모든 안건이 순조롭게 처리된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상정이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기록원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 그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 등 3건에 대해서는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으로 반대 표결에 나섰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12·9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보고되어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예정임을 알렸다. 모처럼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휴일 본회의였지만, 일부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