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12일 각종 비위 의혹의 중심에 선 김병기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전격 의결했다. 지난달 말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13일 만에 내려진 이번 결정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지도부의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리심판원은 약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징계 사유가 충분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징계의 핵심 사유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 재임하며 불거진 공천헌금 수수 및 묵인 의혹이다. 특히 강선우 의원이 공천 희망자로부터 1억 원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점과 2020년 총선 전후 지역구 구의원들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결정타가 됐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안의 중대성과 징계시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명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재 총 13가지에 달하는 방대한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다. 공천헌금 외에도 대한항공으로부터 160만 원 상당의 고가 숙박권을 수수했다는 의혹, 쿠팡 대표와의 부적절한 식사 접대, 차남의 숭실대 편입 과정 관여 의혹 등이 포함됐다. 또한 배우자가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보라매병원 특혜 진료 논란 등 가족과 관련된 비위까지 제기되면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조사 과정에서 김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중 11건이 당규상 징계시효인 3년을 경과했다고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12일 윤리심판원에 직접 출석한 김 의원은 약 5시간 동안 소명 절차를 밟으며 "충실히 설명했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원 측은 징계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와 공천헌금 관련 최신 정황만으로도 제명 처분을 내리기에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지방선거 국면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김 의원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앞서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애당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라"며 자진 탈당을 공개 요구했고, 정청래 대표 역시 비상징계권 발동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제명당할지언정 내 손으로 탈당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결국 윤리심판원의 강제 처분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김 의원은 제명 의결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즉각적인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당규에 따라 김 의원은 통보일로부터 7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재심이 기각될 경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과반의 찬성을 거쳐 제명이 최종 확정된다. 확정 시 김 의원은 향후 5년간 복당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제명 결정이 민주당의 '제 살 깎기'식 쇄신이 될지, 아니면 꼬리 자르기에 그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여권이 김 의원을 겨냥한 특검법 발의에 합의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번 징계를 기점으로 도덕적 우위를 회복하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