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전국 37개 대형마트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 지난달 영업을 중단한 점포들을 정리하고, 제3자 매각을 통한 회생 절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조합과 입점 상인들은 고용과 보상 대책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노동조합에 영업 중단 점포 37곳의 폐점 결정을 통보했다. 폐점 대상은 경기 8곳, 경남 6곳, 인천 5곳, 서울과 부산, 경북 각각 4곳 등이다. 이는 전체 점포의 36%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점포들은 지난달 10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곳들이다. 홈플러스는 이들 점포를 결국 폐점하기로 하면서 핵심 매장의 영업 정상화와 제3자 매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앞두고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폐점 점포에 소속된 직원은 3000여 명이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인근 점포로 전환 배치하고, 책임 이상 직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밝혔다. 다만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에는 채권단 동의가 필요해 퇴직 대상자들이 실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입점 상인들에 대한 대책도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폐점 예정 점포에 입점한 상인들은 보증금 반환과 이전 보상, 재영업 준비 비용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입점 상인은 “보상을 받아야 나가서 다른 곳에 매장을 다시 차릴 수 있는데 보증금도 늦게 준다”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이번 결정을 “마구잡이 폐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전략적 판단 없이 대규모 폐점을 밀어붙이면 고용 불안과 지역 상권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지급보증 등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의 역할도 촉구하고 있다.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운영자금 고갈 문제가 심화되면 폐점과 인력 감축이 더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고용 안정과 협력업체 피해 방지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의 이번 폐점 결정은 유통업계 구조조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유통 확대와 소비 패턴 변화, 임대료 부담, 인건비 상승 속에서 수익성이 악화돼 왔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용 구조를 줄이고 핵심 점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폐점의 충격이 직원과 입점 상인, 지역 상권으로 번진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직접 고용 인력뿐 아니라 청소, 보안, 물류, 입점 매장, 주변 소상공인까지 영향을 받는다.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은 매각 절차와 채권단 판단만이 아니라 폐점 지역의 고용과 상권 피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따라 평가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