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ㆍ문화 라이프 오피니언 의료
 

 

"난민 비자" 악용 이탈, 전남 농가 밭에서 썩는 양상추… "칸막이 행정"이 피해 키웠다

전라도지국 | 입력 25-10-28 03:04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미얀마 국적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사업장을 이탈하는 편법 통로가 전남 지역 농촌의 인력난을 재촉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 들어온 뒤 미얀마 정세 불안을 이유로 인도적 체류 자격(G-1-99, 난민 비자)으로 비자를 변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원칙적으로 사업장 이동이 금지된 E-9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현장 농민들은 수확을 코앞에 둔 농작물을 속수무책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남의 한 농가에서는 양상추가 제때 수확되지 못해 거뭇해진 밑동을 드러낸 채 밭에서 그대로 말라붙었다. 지난 추석 연휴,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 2명이 아무런 예고 없이 짐도 챙기지 않은 채 사라졌기 때문이다. 피해 농민 김상연 씨는 "우리 동네 이 시기에는 결혼식도 안 잡을 만큼 바쁘다"며 "잠도 안 오고 정말 눈물밖에 안 난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의 무단이탈은 관계 부처 간의 "칸막이 행정"이 빚어낸 구조적 허점 때문에 가능했다. 현행 고용허가제(E-9 비자)는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입국한 노동자가 지정된 사업장에서만 일하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그러나 이들은 법무부 소관인 난민 비자로 체류 자격을 변경하는 방식을 악용했다.

법무부가 미얀마 노동자의 G-1-99 비자 변경 신청을 승인하면, 이들은 더 이상 E-9 비자의 사업장 제한 규정에 묶이지 않게 된다. 문제는 법무부가 이 비자 변경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통보할 법적 의무나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고용주는 노동자가 이미 합법적으로 사업장을 떠날 자격을 얻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일방적인 이탈 통보를 받는 셈이다.

또 다른 피해 농민 하흥일 씨는 "미얀마는 (정세 문제로) 난민이 되면 제재를 안 받는 걸 본인들도 다 알고 있다"며 "정부가 (이탈을) 합법적으로 만들어준 꼴"이라고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 역시 "고용노동부에 비자 변경이 통보가 안 됐다고 한다면 이건 행정에 대한 문제고, 이주민 정책 비자 시스템에 굉장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대 4년 10개월까지 체류 가능한 E-9 비자에서 6개월 단기 체류 비자인 난민 비자로 자격을 변경한 사례는 올해만 1,420명에 달한다. 행정적 구멍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에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비슷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Copyrightⓒ한국미디어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주 BRT 동광로 구간 공사 전면 보류… "선거 의식한 무기한 연기" 의혹
오영훈 지사 "무소속 출마, 있을 수 없는 일"…재선 도전엔 '신중'
(전라도ㆍ광주)지국 기사목록 보기
 
최신 뉴스
단독) 엑스레이 한의사 사용 허용ㆍ의사협회 강력반발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 형사보상금 3억 원대 '떼였..
속보) 코스피 4천선 돌파하며 개장…엔비디아 훈풍에..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김건희 씨 오빠 ..
제주발 여객선, 신안 해상서 좌초…
승객 26..
2026학년도 수능 국어 17번 '정답 오류' 논란..
유승민 전 의원 딸 유담 씨 인천대 교수 임용 논란..
박지원 민주당 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내년..
고위 공직자 49%가 다주택자…조성명 강남구청장, ..
손흥민, "아이 임신" 협박 금품 갈취 재판에 직접..
 
최신 인기뉴스
단독) 고령화시대 물리치료사 전문화ㆍ차별화<..
비수도권 최초 '민자 광역철도' CTX, 적격성 통..
단독) 통합자세의학회 양·한방 병의원 5대학회장 ..
칼럼) 니체사상의 "Amor fati" 지금 필요한..
속보) 코스피, 13.02p(0.33%) 상승 출발..
단독) 파이온텍ㆍ셀업유니온 Global 전문 K-뷰..
부산 도심 고등학생 구급차 '응급실 뺑뺑이' 끝에 ..
한동훈, '대장동 항소 포기' 책임론 박범계에
속보) 강원 태백산 주차장, 차박 부부 차량 내 숨..
문학칼럼) 김형석 교수의 인생 지침서 "인간은 완..
 
신문사 소개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기사제보
 
한국미디어일보 / 등록번호 : 서울,아02928 / 등록일자 : 2013년12월16일 / 제호 : 한국미디어일보 / 발행인 ·  대표 : 백소영, 편집국장 :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편집인 : 백승판  / 발행소(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99, 4층 402호 / 전화번호 : 1566-7187   FAX : 02-6499-7187 / 발행일자 : 2013년 12월 16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소영 / (경기도ㆍ인천)지국, (충청ㆍ세종ㆍ대전)지국, (전라도ㆍ광주)지국, (경상도ㆍ부산ㆍ울산)지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국 / 이명기 전국지국장
copyright(c)2025 한국미디어일보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