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가 장 초반부터 4000선을 회복하며 강세 출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3929.51) 대비 101.46포인트(2.58%) 오른 4030.97에 개장해 지난 17일 이후 3거래일 만에 다시 4000선을 넘어섰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1.47% 상승한 884.10으로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1.8원 오른 1467.4원에 개장했다.
지수 급반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전날 뉴욕증시 마감 이후 발표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다.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512억달러로 전체의 90%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고, 주당순이익(EPS) 역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안팎 급등하며 인공지능(AI) 관련 실적 우려와 ‘AI 버블론’을 일부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발 훈풍은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직결됐다. 장 초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3~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10만원, 60만원 선 재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 1·2위로, 주가 반등이 지수 상승을 사실상 주도하는 양상이다. AI 서버 투자와 고성능 메모리 수요 기대가 다시 부각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2차전지와 일부 성장주에도 동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다만 방어주 성격의 일부 내수 소비주와 고배당주에는 차익 실현성 매물이 출회되는 등 종목 간 온도차는 뚜렷하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 호실적 이후 글로벌 자금이 다시 반도체 섹터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관련 종목 중심의 수급 쏠림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4000선 회복은 이달 들어 ‘AI 고점 논란’과 금리 불확실성 속에서 3800선까지 밀렸던 지수가 다시 반등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경로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4000선 안착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일부 구간에서 나타난 변동성 확대와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비율 상승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