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31일, 약 4개월 만에 자신의 형사재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해 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나온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핵심 증인인 곽 전 사령관과 8개월 만에 법정에서 직접 대면하게 됐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증언대에 서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른바 "비상대권" 관련 이야기를 들은 시점이 지난해 10월 무렵부터라고 밝혔다. 그는 "10월 1일부터 확보장소 얘기 나오고 그때부터 여인형이나 김용현 장관한테 이게 지금 상황이 그게 될 상황도 아니고 될 수도 없는데 이게 가능한 소리냐"고 당시 주변에 반문했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의 긴박했던 상황과 지시 내용에 대해서는 "트라우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TV를 보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논란의 핵심인 "의결정족수" 발언이 나올 당시, 국회의사당에 의원들이 속속 모이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고 회상하며 "말씀하실 때 상황을 어떻게 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 부수고, 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라며 "시간이 간다고 잊히는 기억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며, 당시 지시 내용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젓거나 동의할 수 없다는 듯 웃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곽 전 사령관을 향해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 시점까지 국회 정문에 도착한 병력 인원은 100명 정도밖에 안 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곽 전 사령관이 병력에게 "실무장(무장)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 결국 (계엄군의) 국회 진입 목적을 '공공질서 유지'라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는 당시 군의 배치가 강경 진압 목적이 아닌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질문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질서유지나 시민보호라는 말은 (당시)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만약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주장처럼 이번 계엄이 단순 "경고성 계엄"이었다면, 자신은 "왜 군복 입은 사람이 들어가느냐, 경찰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는 당시 지시 내용이 단순 질서 유지를 넘어선, 국회 기능 마비를 위한 조치였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길어짐에 따라, 오는 12월 3일 한 차례 더 기일을 열어 신문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넉 달 만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지금까지 불출석하신 불이익은 피고인이 부담하게 된다"며 "이후에 불출석하는 경우에도 마찬가"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