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투자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 각종 사기 범죄를 저지른 대규모 범죄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국내 사법기관의 심판을 받게 됐다.
충남경찰청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되어 국내로 강제 송환된 피의자 45명 전원을 사기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 등으로 구속하여 검찰에 송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부건"이라는 인물이 총책으로 있는 현지 범죄 조직에 소속되어, 치밀한 역할 분담 하에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 조직의 범죄 수법은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이른바 "투자 리딩방" 사기와 연애 감정을 악용해 돈을 가로채는 "로맨스 스캠"이 주된 범행 수단이었다. 특히 최근 전국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노쇼 사기" 역시 이들 조직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100명이 넘으며, 확인된 피해 금액은 9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들은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청년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주로 선후배 등 지인의 소개나 인터넷에 게시된 "고수익 해외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범죄 조직에 합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했다. 일부는 현지 여행 중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히자 조직에 포섭된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지하고도 금전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피의자들은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구금되었을 당시, 우리 대사관 측의 영사 조력 제안을 거부하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사관의 도움 대신 "조직 총책인 '부건'이 곧 구출해줄 것"이라는 말을 믿고 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들이 범죄 조직의 통제와 회유에 상당히 깊이 종속되어 있었음을 방증한다.
한편, "부건" 조직에 대한 수사는 충남경찰청 외 다른 기관에서도 진행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 역시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한 동일 범죄 조직원 15명 중 11명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충남경찰청은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45명 전원을 검찰에 넘김으로써 수사의 한 단계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향후 수사력을 캄보디아 현지에 남아있는 조직의 "윗선"과 총책 "부건"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 그리고 아직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조직원들을 추적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지 사법당국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강화해 범죄 조직의 뿌리를 완전히 뽑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