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마다 이전 진료 내역을 직접 설명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4일 '2026년 주요 업무보고'를 통해 환자의 의료 이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환자의 기억이나 수기 기록에 의존했던 진료 정보 전달 방식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해 의료 현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시스템이 가동되면 일선 병·의원의 의사는 진료 단계에서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받은 치료 내용과 처방 약품, 중복 검사 여부 등을 모니터가에서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동일한 효능의 약물이 중복 처방되거나 불필요한 검사가 반복되는 이른바 '의료 쇼핑'과 약물 오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시스템 도입이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필요한 중복 진료로 새어나가는 의료비를 줄임으로써 건보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심평원은 올해 상반기까지 환자당 적정 시행 횟수와 관리 대상 항목에 대한 세부 기준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기관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심평원은 오는 11월까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12월까지 두 달간 시범 운영을 통해 기술적 결함과 현장 혼선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후 보완 과정을 거쳐 2027년부터 전국 의료기관에 전면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대형 병원과 동네 의원 간의 정보 격차 해소가 시스템 정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시간 정보 공유가 진료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민감한 개인 진료 기록이 유출될 가능성에 대비한 보안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이 시스템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의 범위와 환자의 동의 절차, 그리고 의료진의 사용 편의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 과제다. 2027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제기될 데이터 정확성 문제와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 설정 여부가 향후 정책 추진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