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이차전지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해 유료 자문업체에 넘긴 전직 직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영리 목적으로 회사의 핵심 자산을 사유화한 행위가 기업과 국가 경제에 끼친 해악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A 씨는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회사 내부의 이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16건을 휴대전화 등으로 불법 촬영해 보관하고, 자문 중개업체를 통해 총 24건의 영업비밀을 외부로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유출된 정보 중에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사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회사가 영리 목적의 외부 자문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차명으로 자문 활동을 지속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법정에서 A 씨 측은 촬영한 자료들이 이미 업계에 공개된 정보이거나 보안 등급이 낮아 경제적 가치가 없는 만큼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피고인이 취득한 자료는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된 독립적 가치를 지닌 정보이며, 피해 회사가 비밀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해온 점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피고인이 회사의 신뢰를 배반하고 국가핵심기술을 영리 수단으로 삼은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회사의 감망을 피하기 위해 차명 계정을 이용하는 등 범행 수법 또한 불량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다만 A 씨가 약 20년간 해당 분야에서 성실히 근무하며 기여한 점과 유출된 정보가 단기간에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결정했다.
피해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9월 내부 제보를 통해 A 씨의 범행 정황을 포착하고 즉각 정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한 달 뒤인 10월 징계위원회를 거쳐 A 씨를 해고 조치한 회사는 수사 기관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강력한 법적 대응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터져 나온 이번 사건은 내부 보안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기술 유출 사건은 피해 규모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법원은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실형 선고 등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는 추세다. 수사 당국은 유료 자문 시장을 매개로 한 유사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업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 유출 사건이 유료 자문 시장의 구조적 결함과 맞물리면서 향후 전문가 자문 중개업체에 대한 규제 논의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