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중증 응급환자의 수용 병원을 배정하는 강제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다. 정부는 오는 25일 브리핑을 열고 국립중앙의료원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환자 이송 병원을 직접 지정하는 내용의 시범사업 구체안을 발표한다. 이번 사업은 다음 달부터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권에서 우선 실시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병원 측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정부 상황실에 배정 전권을 부여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구급대가 개별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상황실이 실시간 의료자원 현황을 토대로 병원을 찍어주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심정지나 뇌출혈처럼 생명이 위중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 1·2등급 환자다.
광역상황실은 지역 내 병원들의 잔여 병상과 가용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환자를 분산 배치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병원들이 인력 부족이나 병상 부족을 이유로 환자를 거부하며 발생하는 이송 지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권에서 얻은 운영 결과에 따라 향후 전국 단위 확대 여부가 결정된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 같은 강제 배정 방식이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강제로 환자를 받았다가 치료 결과가 나쁠 경우, 해당 의료진이 뒤집어쓸 법적 책임에 대한 공포가 크다. 배정 과정에서의 중증도 판단 오류나 이송 지연 책임은 빠진 채 응급실 의사만 처벌받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의사들은 중증과 경증의 경계에 있는 3등급 환자 처리 문제와 면책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호남권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운영안에 의료진을 보호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포함됐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지령에 따라 환자를 수용했을 때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가 사업 성패의 핵심 쟁점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공개될 이번 운영안은 응급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병원의 진료 거부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가 응급실 과부하를 해소하는 해결책이 될지, 아니면 의료 현장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지는 25일 발표될 면책 범위와 보상안의 수위에 달려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응급실 현장의 수용 거부 관행을 둘러싼 논의는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