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를 비폭력 시민 저항으로 막아낸 대한민국 국민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인류사의 모범이 될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추천은 세계 정치학계의 저명한 학자들이 주도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IPSA) 총회에 참석했던 전·현직 회장단이 대한민국 '시민 전체(Citizen Collective)'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접수했다. 추천인 명단에는 파블로 오나테 스페인 발렌시아대 교수, 데이비드 파렐 아일랜드 더블린대 교수, 아줄 아구이알 멕시코 과달라하라대 교수 등 유럽과 남미 정치학계 석학들이 포함됐다.
이들 추천인은 당시 시민들의 저항을 '빛의 혁명'으로 명명했다. 응원봉 등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무력 충돌 없이 민주주의를 수호한 과정이 글로벌 민주주의 모델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는 취지다. 특히 특정 단체나 인물이 아닌 저항에 참여한 시민 전체를 후보로 설정해 정치적 오해를 피하고 시민 정신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했다.
노벨위원회에 제출된 30여 쪽 분량의 영문 설명자료에는 대한민국이 2024년 말부터 직면했던 헌법적 위기 극복 과정이 상세히 기록됐다. 자료는 불법적인 비상권한 행사에 맞서 법치와 비폭력을 기반으로 내전이나 유혈 사태 없이 헌법 질서를 복구했다는 점을 국제적 의의로 꼽았다. 이는 21세기 민주주의 위기를 겪는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해석이 덧붙여졌다.
이 대통령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대한민국은 합니다"라는 짧은 문구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 회복 과정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상징적 사건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번 추천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광장에는 당시 현장을 지켰던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후보 추천이 단순히 상을 받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겪은 진통과 이를 극복한 성숙한 시민 의식을 세계가 기록하는 과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벨평화상은 매년 10월 수상자가 발표된다.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추천이 실제 수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한국 시민들의 절제된 대응이 학계의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향후 노벨위원회의 심사 과정과 국제 사회의 추가적인 지지 여부에 따라 논의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