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이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12일 기준 361조 281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300조 원 고지를 넘어선 이후 약 한 달 만에 60조 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된 결과다. 코스피 지수가 5500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ETF 시장의 외형 성장을 견인한 주역은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150"은 올해에만 순자산이 5조 원 넘게 불어나며 전체 ETF 종목 중 자금 유입 1위를 기록했다.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150"도 각각 순자산 증가 상위 4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 국내 증시 부양 의지를 피력하며 ETF 상품 4000만 원어치를 매수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포트폴리오에는 "코스피 200"과 "KODEX 코스닥 150" 등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200 추적 상품인 "TIGER 200"에 대해서도 5년간 총 6000만 원, 매월 100만 원 규모의 적립식 투자 계획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기조와 맞물려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도 뚜렷하다. "TIGER 반도체 TOP 10"은 올해 순자산이 약 3조 원 증가하며 전체 3위를 차지했다. "KODEX 반도체"와 "KODEX AI 반도체" 역시 각각 1조 원 이상의 순자산을 추가하며 상위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코스피 200 지수를 따르는 "KODEX 200"(약 3조 7000억 원)과 "TIGER 200"(1조 9000억 원)도 각각 2위와 5위에 랭크됐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우주항공과 원자력 관련 테마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PLUS 우주항공&UAM"은 올해 64.14%의 수익률을 기록해 전체 1위에 올랐다. 증권주에 투자하는 "TIGER 증권"(62.10%)과 "KODEX 증권"(60.86%)도 60%를 상회하는 성과를 냈으며, "TIGER 코리아원자력"(54.58%)과 "SOL 한국원자력 SMR"(48.94%) 등 원전 관련 상품도 50%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상승폭도 컸다. "RISE AI반도체TOP10"은 올해 들어 61.13% 올랐고, "TIGER 반도체TOP10"은 46.23%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ETF로 유입된 막대한 자금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시장의 수급 주체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TF 채널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 시장의 보조바퀴 수준을 넘어 주요 수급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 연구원은 ETF 수급으로 인한 주가 모멘텀과 현물이 선물에 의해 흔들리는 이른바 웩 더 독(Wag the Dog) 현상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는 지수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여부와 추가 상승 여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5500선 안착 이후 대형주 중심의 수급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특정 종목의 비중이 높은 ETF 상품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지수 고점 도달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별 테마형 ETF의 과열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수 급변동 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