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핵심 인물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는 3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범행의 공모자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도 김 씨와 같은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과 함께 "대장동 3인방"으로 불리며 개발 이익을 사유화한 혐의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게도 각각 징역형을 선고했다. 유 전 본부장의 측근으로 공사 내부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 역시 징역형을 피하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대장동 의혹의 핵심 피고인 전원이 1심에서 사법부의 유죄 판단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 사업의 이익 배분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배임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동규 전 본부장과 정민용 전 팀장이, 민간 사업자인 김만배 씨 등과 사전에 공모하여 의도적으로 공사의 이익을 포기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사업 협약서를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유동규는 공사의 핵심 간부로서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사업자 선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확정 이익만을 받도록 하여 공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판시했다. 또한 김만배 씨에 대해서는 "사업을 추진하며 공사 관계자들과의 부정한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부당하게 취득한 점이 인정된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들이 공모하여 대장동 사업에서 공공의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거나 무력화시켰으며, 그 결과 민간업자인 화천대유 측은 수천억 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반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약 1천 8백억 원의 확정 이익 외에 추가적인 개발 이익을 전혀 배당받지 못해 그 차액만큼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대장동 의혹은 지난 2021년 처음 불거진 이후, 개발 사업의 인허가 과정과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날 1심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피고인 측은 즉각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 의혹의 실체 규명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2심 재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