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축이 세종으로 급격히 이동하며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대전환이 시작됐다. 18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건축 설계가 본격화된다. 이는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지방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동산 미분양 적체와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처방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업에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내며 '속도전'을 직접 지시했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행복청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2030년에 대통령 집무실을 지으면 (임기 중에는) 잠깐 얼굴만 보고 가는 것이냐"며 사업 기간의 대폭 단축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행복청은 2030년 준공 예정인 세종 집무실의 건축 설계 공모를 내년 상반기로 앞당기고, 2033년 준공 목표인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절차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행정수도 완성의 또 다른 축인 '2차 공공기관 이전'도 가시화됐다. 국토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약 350개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지방 이전 계획을 내년 중 확정하고, 2027년부터 즉시 이전을 시작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0월 말 기준 2만 3,733가구에 달하는 등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의 84.5%가 지방에 집중된 수치로,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정부가 CR리츠 등을 동원해 매입 임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인구 유입만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지방 소멸의 흐름을 바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과거 혁신도시 사례에서 보듯 기관 이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가족 단위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진정한 균형 발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