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위기로 치달으며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 지수는 이틀 연속 폭락하며 5500선 아래로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 벽을 넘어섰다.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터지는 전형적인 금융 위기 초기 양상이 뚜렷해졌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 넘게 하락하며 5500선을 내줬다. 전날 기록한 7.24% 폭락에 이어 이틀째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결과다. 개장 직후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됐으나 외국인의 거센 투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오전 2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9.6원 급등한 1485.7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한때 1506원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던졌다.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을 뒤흔든 결정적 원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에 따른 유가 급등 공포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유가 상승은 상장사 수익성 악화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특히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우려가 극대화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수조 원대 매물이 쏟아졌다.
거래소 객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와 담보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이 뒤섞이며 혼란이 가중됐다. 안전자산인 금값마저 달러 초강세 국면에서 현금 확보 수요에 밀려 전장 대비 4.2% 급락하는 등 자산 시장 전반이 요동쳤다. 방산주와 일부 정유주가 소폭 강세를 보였으나 지수 하락 폭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시장 안정화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증시안정펀드 투입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한 시장의 냉각된 투자 심리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더블 쇼크'로 인해 그간 이어졌던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은 완전히 꺾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환율 상단이 추가로 열리고 증시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중동발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1500원 환율 안착과 지수 추가 붕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