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4100선 시대를 연 지 하루 만에 숨 고르기 장세에 돌입했다. 31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 달성한 사상 최고치에 대한 부담감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5포인트(0.59%) 하락한 4087.45를 기록 중이다. 어제(30일) 코스피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관세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상 처음으로 4100선을 돌파, 4111.60에 마감하며 역사를 새로 쓴 바 있다.
하지만 전날의 폭발적인 상승 이후, 이날 시장은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 물량이 시장 전반을 압박하며 조정을 받는 양상이다. 수급 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동반 순매도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특히 어제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은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며 순매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단기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속도 조절" 과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스피가 전례 없는 4100이라는 새로운 지수 영역에 진입함에 따라,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보다는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 심리가 우선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간밤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담 속에서 혼조세로 마감한 점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어제 미중 관세 갈등 해소라는 "빅 이벤트"가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오늘은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탐색하며 4100선 안착을 시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제 미중 무역 분쟁 해소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급등했던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은 1% 내외의 조정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상승세를 이끌었던 현대자동차, 기아 등 자동차 관련주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2차전지주 역시 동반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제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미중 관세 문제가 해소되었고,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증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며, 시장은 당분간 4100선 지지 여부를 시험하며 방향성을 탐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