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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역 응급의료체계 붕괴" 대책마련 시급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5-12-21 10:40



지역 응급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반복되면서, 응급의료가 국민 생명권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다수 지역에서는 응급실이 있어도 실제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 원인은 단순한 병상 부족 문제가 아니다. 지역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필수 진료과 인력의 만성적 부족,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의 한계, 병원 간 역할 분담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응급실이 존재하더라도 수술이나 중환자 치료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이 일상화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송 시간은 길어지고,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역의료 붕괴는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분만, 소아, 외상, 중증 내과 질환 등 필수의료 영역이 지역에서 사라지면서 응급환자는 자연스럽게 대도시 상급병원으로 몰리고, 이는 다시 수도권 응급실 과밀과 의료진 과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역과 수도권 간 의료 격차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일시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붕괴”로 진단한다. 응급의료는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는 공공의 영역임에도,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적·제도적 지원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응급실 운영 부담은 병원에 집중되고, 책임과 위험은 의료진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지역 응급의료 인프라는 점차 약화돼 왔다.

대책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지역별 응급의료 기능 재정립, 중증·경증 환자 분류 체계의 실질적 작동, 응급의료 인력에 대한 안정적 보상과 근무 환경 개선, 공공 책임 강화를 통한 국가 개입 확대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편적인 응급실 확충이나 일회성 지원으로는 응급실 뺑뺑이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체계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신뢰를 가늠하는 척도다. 지금과 같은 구조가 지속된다면, 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 상황은 곧 생존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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