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사고로 학생 인솔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졌던 담임교사가 2심에서 선고유예를 선고받으며 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재판부가 버스 운전자의 과실과 유가족과의 합의 등을 참작하여 선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결 자체는 유지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교원의 책임 범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반발이 더욱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 2022년 11월,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현장 체험학습에 참여했던 춘천의 한 초등학교 13세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 인솔을 맡았던 담임교사 A씨와 보조교사 B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보조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담임교사 A씨에게는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공무원은 당연 퇴직 처리되므로, 1심 판결은 A씨가 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9개월 만에 진행된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다소 달랐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유죄 판결을 확정하면서도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것으로,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없이 자격 정지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지 않을 경우 공소권이 자동 소멸되어 형 선고의 효력이 사라진다. 이 판결로 인해 A씨는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 외에도 버스 운전자의 운전상 과실이 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피고인이 유가족과 원만하게 합의한 점 등을 선처의 이유로 명시했다.
이러한 2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육계는 유죄 판결 자체가 유지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교원의 책임 범위를 두고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선고유예가 교사직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을 뿐, 교사에게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형사적 책임을 부과한 판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장 등 교원단체 관계자들은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고통 외에 재판으로까지 고통받아야 했던 현실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교사직 유지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등 주요 교원단체들은 판결에 대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유죄 판결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현장 교사들에게 "체험학습을 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이 인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해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고위험으로 인식되는 현장 체험학습이나 수련 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하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교원단체들은 체험학습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부담을 개인 교사가 아닌 국가나 공제회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교육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이번 2심 판결은 비록 교사의 신분을 보전했으나, 교육 활동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의 형사 책임 부담 완화와 관련된 사회적, 법적 논쟁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당국은 이번 판결이 현장 교육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