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부터 7회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게 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이창용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물가와 환율 불안, 그리고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월 말 발발한 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며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로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 역시 1,500원대 안팎의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물가가 목표치인 2%대에 안착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엔 환율 자극과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전쟁 장기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대출 이자 부담 증폭과 경기 침체 가속화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금통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진행된 한은 본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총재는 개회 선언과 함께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린 뒤 묵묵히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정오께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중동 정세 등 대내외 변수가 여전히 엄중함을 강조하며 당분간 긴축 기조 유지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다만 임기 중 마지막 회의인 만큼 지난 4년간의 소회와 향후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을 남겼다.
쟁점은 후임 총재 체제에서의 금리 향방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신임 총재로 내정된 신현송 국제결산은행(BIS) 조사국장의 성향을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하며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동결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25%p(미국 상단 기준 3.75%)를 유지하게 됐다.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은 일단 잠재웠으나,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한은의 정책적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 모양새다.
결국 이창용 호(號)의 마지막 선택은 '신중한 관망'이었다. 이번 동결 조치는 차기 총재에게 통화정책의 운용 폭을 넘겨주는 동시에, 대외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시장의 안정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향후 중동 사태의 전개 양상과 물가 지표 추이에 따라 한은의 8번째 동결 혹은 정책 전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