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 씨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안민석 전 국회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 판결은 안 전 의원이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 씨의 해외 재산 은닉 의혹 등을 제기했던 발언의 위법성을 일부 인정한 대법원의 판단을 따른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3-2부(재판장 허일승)는 오늘(21일) 최 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인 안민석은 원고인 최서원에게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 씨는 안 전 의원의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당초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안 전 의원의 발언들이 항간에 떠도는 의혹이나 제삼자의 말을 인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이 직접 조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 씨에 대한 사회적 비난 수위를 높이는 데 일조했으며, 안 전 의원의 발언이 공익성을 위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를 따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발언 내용과 최 씨 사이에 연관성이 현재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배상 금액 산정의 주요 이유로 밝혔다.
앞서 최 씨는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안 전 의원이 여러 방송 매체 등에 출연하여 자신의 수조 원대 해외 은닉 재산 문제나 독일 내 페이퍼컴퍼니 존재, 그리고 스위스 비밀계좌 연관성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안 전 의원이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무변론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2심 재판부는 안 전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내용이 국정농단 사태와 연관되어 있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안 전 의원의 발언 중 "스위스 비밀계좌에 들어온 특정 회사의 돈이 최 씨와 관련 있다"거나 "최 씨가 미국 방산업체 회장을 만나 이익을 취득했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하며 악의적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공익적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라 할지라도,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