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건설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며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세종시 내부 교통망인 도시철도(지하철)를 CTX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CTX 개통 이후 세종 지하철을 별도로 구축할 경우 막대한 수조 원대의 추가 예산이 투입되는 비효율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충청권 시민사회는 이 문제를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핵심 현안으로 규정하고, 가칭 "CTX·지하철 동시개통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식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가칭 CTX·세종시지하철추진위원회는 8일 성명을 통해 CTX와 세종 지하철을 동시에 구축하는 방안이 국가 재정 효율성과 시민 편익 증진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역설했다. CTX는 총사업비 약 5조 1135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민자투자사업으로, 정부대전청사를 출발하여 정부세종청사, 조치원, 오송, 청주 도심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약 64.4km를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다. 최대 시속 180km급 열차가 투입되면 대전-청주공항 구간이 50분대 초반, 세종-청주공항 구간이 30분대 후반으로 단축되어 2034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진위가 동시 개통을 주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예산 절감 효과다. 추진위의 분석에 따르면, 세종 지하철 노선을 CTX 건설과 연계하여 동시에 추진할 경우, CTX와 선로 구조물 및 거점역을 공유할 수 있어 약 7000억 원의 추가 비용만으로 내부 철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거점역 3곳의 복선 확장과 세종 3개, 청주 2개 역사를 추가 설치하는 비용을 약 1000억 원 수준으로 산정한 결과다. 그러나 CTX가 개통된 이후 세종 지하철을 별도로 추진하게 되면 선로 부지 매입, 신규 선로 건설, 그리고 역사 설치 비용 등 모든 항목에 새로운 예산이 투입되어 사업비가 5조 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종시는 출범 당시 대중교통 중심의 행정복합도시를 표방했으나, 현재는 부족한 대중교통 공급과 자가용 이용을 억제한 도로 설계의 부작용으로 인해 '교통 지옥'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의 3분의 2에 달하는 도로 폭이 왕복 4차선 이하의 중소 도로로 구성되어 있어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며, 당초 의도했던 BRT 외의 충분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정수도로서의 기능 완성과 4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의 교통 수요 해소를 위해서는 도시철도 시설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추진위 임성만 씨는 "정부세종청사와 도시 외곽 생활권을 연결하는 내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지하철은 도시 기능 완성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며 "CTX 구간에 세종 지하철 노선이 함께 구축되면 광역과 내부 교통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동시 개통은 경제적 타당성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세종 지하철이 내부 교통망을 확충하여 CTX로의 접근성을 높이면 전체 이용 승객이 크게 늘어나 광역급행철도 사업의 타당성까지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수도권에서 GTX와 도시철도의 연동을 통해 이미 검증된 방식으로,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 및 광역 경제권 구축에 필수적인 인프라 연결 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칭 CTX·지하철 동시개통 추진위는 이달 중 공식 발기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관련 부처에 동시개통을 위한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는 공식적인 제안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