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상징이자 "국민 배우"로 사랑받아온 배우 안성기가 2026년 1월 5일 오전, 향년 7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12월 30일 자택에서 식사 중 기도 이물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지 엿새 만에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안성기의 투병은 지난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2020년 한 차례 완치 판정을 받으며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으나, 불과 6개월 만에 암이 재발하면서 고인은 다시금 힘겨운 치료 과정을 견뎌내야 했다. 투병 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사자",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투혼을 발휘했다. 2023년까지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지난해부터 급격히 악화된 건강 탓에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에만 전념해 왔다.
고인과 영화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 등 수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중훈은 지난해 인터뷰를 통해 "안 선배님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전화를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던 그였기에, 병마를 이기지 못한 갑작스러운 비보는 영화계와 대중에게 더욱 깊은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안성기는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이었다. 160여 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는 곧 한국 영화의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배창호, 이장호 감독과 함께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으며,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그는 배우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인품 면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영화인"으로 꼽히며 영화계의 어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영화계는 거장의 마지막 길을 기리기 위해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며, 빈소에는 영화계 선후배들과 관계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평생을 스크린 위에 헌신하며 대중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었던 그의 목소리와 미소는 이제 한국 영화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한 시대의 막을 내린 "국민 배우" 안성기의 영면 소식에 전 국민의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