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점포에서 실수로 일부 물품을 결제하지 않은 재수생에게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취소되었다. 헌재는 피의자에게 물건을 훔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검찰의 무리한 처분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발생했다. 대입 수험생인 A 씨는 아이스크림 4개와 과자 1봉지를 키오스크로 가져갔으나, 과자 1봉지(1500원)의 결제를 누락한 채 매장을 나섰다. 또한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냉동고 위에 올려두어 판매를 방해했다는 혐의까지 더해져 매장 주인으로부터 절도죄로 신고당했다.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A 씨가 총 2300원의 물품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으로, 전과로 남지는 않으나 수사 경력 자료에는 기록되어 향후 법적·사회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A 씨는 “절취의 고의가 전혀 없는 단순 실수였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당시 A 씨가 다른 물품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결제했다는 점과, 매장 내 CCTV 및 경고 문구가 명확한 상황에서 소액의 물건을 의도적으로 훔칠 동기가 희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절도의 고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 없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권력을 행사했으며,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이른바 "제2의 초코파이 사태"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검찰은 타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 상당의 간식을 먹은 보안요원을 절도 혐의로 기소해 논란을 빚은 바 있으나, 법원은 최근 항소심에서 고의성을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는 무인 점포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제 누락 사고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인 정황을 살피지 않고 기계적으로 ‘절도’ 딱지를 붙이는 행태에 헌재가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도의 주의력을 요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고령층의 단순 실수가 범죄로 둔갑하는 사례를 차단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