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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전기차 수요 부진에 잇따른 계약 해지와 투자 철회

박태민 기자 | 입력 26-01-04 10:08



2026년 새해 벽두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에 차가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배터리 셀 및 소재 기업들이 수조 원대 공급 계약 해지와 대규모 투자 철회 소식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K-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며 주가 역시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업계 선두인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7일, 미국 포드(Ford)와 체결했던 약 9조 6,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 2건 중 1건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당초 내년부터 2032년까지 유럽 시장용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포드가 전기차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테네시 2공장의 가동을 이달 5일부터 약 6개월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인해 올해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소재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테슬라(Tesla)와 맺었던 3조 8,347억 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 이행 실적이 단 970만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계약 해지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수요 급감이 원인이 되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GM에 공급하기로 했던 하이니켈 양극재 물량이 당초 계획 대비 20% 수준인 2조 8,100억 원에 머물며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발표했다. 13조 원이 넘는 중장기 계약이 시장 냉각기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자금난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 계획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서산 3공장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1조 7,500억 원 규모의 투자 중 절반가량인 9,360억 원만 집행한 채 사업 속도를 조절 중이다. SKC 또한 지난 2021년 야심 차게 발표했던 양극재 사업 진출 계획을 전격 취소하며 이차전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캐즘"의 골이 깊어지면서 무리한 사세 확장보다는 현금 흐름 확보와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악재는 고스란히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셀 3사의 주가는 평균 6~8%가량 하락했으며,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 등 소재 기업들은 12%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시대가 오기도 전에 배터리 거품이 먼저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 한 해 동안 배터리 업계의 고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지역의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1%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럽 시장의 보조금 축소 여파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 수요 둔화의 빈자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K-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ESS 등 신성장 동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체질 개선에 성공하느냐가 향후 반등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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