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간호법 시행으로 제도권에 들어온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가 교육 기준을 확정하지 못한 채 현장 적용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진료지원 업무 범위와 자격 요건을 담은 규칙안을 마련했지만, 교육 시간과 이수 과목 등 핵심 기준은 별도 고시로 넘긴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시행 이후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입법예고했다. 규칙안은 진료지원 업무를 환자 평가 및 기록·처방 지원, 시술 및 처치 지원, 수술 지원 및 체외순환 등 세 범주로 나눴다. 진료지원 업무를 맡는 전담간호사 자격 요건으로는 임상경력 3년 이상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진료지원업무 교육과정을 이론, 실기, 현장실습으로 구성하되 세부 이수과목과 시간은 별도 고시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기록·처방 지원 업무는 간호사가 수행하더라도 의사가 최종 확인과 서명을 해야 하고 책임도 의사에게 귀속된다. 진료지원 간호사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하며, 원내에 의사와 간호사가 각각 1명 이상 참여하는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운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기록·처방 지원을 위한 공동서명시스템은 2027년 7월부터 의무 구축 대상이 된다.
문제는 교육 체계다. 규칙안은 진료지원 업무 수행을 위한 기초 역량, 분야별 질환과 치료 이해, 시술·처치 지식과 절차, 응급상황 대처, 환자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윤리 등을 교육 내용으로 제시했다.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매년 관련 보수교육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병원들이 실제 교육계획을 짤 때 필요한 교육 시간, 이수 과목, 분야별 교육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제도 시행을 준비할 기준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형병원 임상교육 담당자들은 입법예고가 두 차례 진행됐지만 교육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인력 배치와 교육 일정 수립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새로 진료지원 업무에 투입해야 할 간호사가 생길 경우 어느 교육을 얼마나 이수시켜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 기준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대한간호협회는 공통 이론 80시간, 공통 실기 40시간, 분야별 이론·실기 각 40시간, 현장실습 200시간 등 총 400시간 교육안을 제안했다. 표준화된 교육과 자격체계를 마련해 전담간호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복지부는 공청회에서 공통교육 100시간과 현장실습 100시간 등 총 200시간 수준을 예시로 제시한 바 있고, 병원계는 이보다 짧은 교육시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교육 주체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진료지원 업무가 의사의 기존 업무 일부와 맞닿아 있는 만큼, 교육 설계와 운영 과정에 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칙안상 교육기관은 간호협회, 의사협회, 병원협회,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등이 될 수 있다. 교육기관은 커리큘럼과 강사 정보를 복지부에 제출해 승인받고, 교육 종료 뒤 결과 보고서도 내야 한다.
병원 현장에서는 200시간에서 400시간 규모의 교육안 자체가 부담이라는 반응도 있다. 진료지원 간호사는 최소 임상경력 3년 이상의 숙련된 인력인 만큼 기초 이론보다 분야별 실기와 현장실습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상급종합병원 상당수는 현재 2∼3일 정도의 공통 교육을 진행한 뒤 부서별 현장 교육을 붙이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를 어떻게 구분해 교육할지도 남은 쟁점이다. 규칙안은 전담간호사가 이론·실기·현장실습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전문간호사는 별도 교육과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다만 전문간호사도 자격 취득 분야와 실제 수행 분야가 다르면 해당 분야 교육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전문간호사 교육 내용과 시간 역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상반기 안에 교육 기준을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간호계와 병원계, 의료계가 제시한 교육시간과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어 절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간호협회는 최근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집회를 예고했다가 복지부와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로 했다며 일정을 취소했다.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는 업무 범위와 운영 체계가 규칙안에 담기면서 법적 틀을 갖춰가고 있다. 복지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 시간과 이수 과목, 교육기관 운영 기준을 담은 별도 고시를 마련한다. 병원들은 고시 확정 이후 전담간호사 교육계획과 운영위원회 구성, 공동서명시스템 구축 절차를 순차적으로 준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