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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파리서 첫 단독 전시…유럽에 천년 왕국 알린다

정호용 기자 | 입력 26-05-21 17:04



신라의 예술과 문화를 유럽에서 처음 단독으로 조명하는 특별전이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기획한 "신라, 황금과 신성" 특별전은 20일 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공식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경주 금관총 출토 금관과 금허리띠, 계림로 출토 황금보검, 천마총 출토 로만글라스, 구황동 출토 금제여래좌상 등 신라 유산 148건 333점이 프랑스 관람객을 만난다. 출품 유물에는 국보와 보물 19건도 포함됐다.

유럽에서 신라만을 단독 주제로 다룬 특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외에서 신라 관련 유물이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신라의 형성부터 삼국 통일, 불교문화, 대외 교류까지 천년 역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가장 큰 규모다. 전시 공간도 기메박물관 1개 층 약 680㎡를 사용해 구성됐다.

전시는 신라 왕경 경주를 중심으로 황금 문화와 국가 의례, 불교예술, 국제 교류의 흔적을 차례로 보여준다. 금관총 금관과 금허리띠는 신라 지배층의 권위와 장례 문화를 드러내는 대표 유물이다. 계림로 황금보검은 신라가 당시 유라시아 교류망과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로 꼽힌다.

천마총 출토 로만글라스도 함께 전시된다. 로마계 유리 그릇은 신라가 한반도 동남부의 고대 왕국에 머물지 않고 서역과 동아시아 교역망 속에서 문화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시는 신라를 "황금의 나라"로만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류와 신성, 불교문화가 결합된 왕국으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시 말미에는 신라 불교예술의 정수로 꼽히는 석굴암 재현 공간도 마련됐다. 관람객은 황금 유물과 왕경 문화에 이어 불교가 신라 사회와 예술에 남긴 변화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구황동 출토 금제여래좌상 등 불교 조각과 공예품도 신라 불교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로 소개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도 이번 전시에 함께 소개된다. 8세기 신라 승려 혜초가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남긴 기록으로, 1908년 프랑스 학자 폴 펠리오가 중국 둔황 막고굴에서 발견한 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해왔다. 경주박물관 출품 유물과 나란히 전시되면서 신라의 불교와 대외 교류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가 됐다.

공식 개막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기메박물관에서 사전 VIP 개막식이 열렸다. 야니크 린츠 기메박물관장,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양국 인사 250여 명이 참석했다. 19일에는 현지 언론인과 한국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언론공개회가 진행됐다.

전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파리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다. 이후 9월 22일부터는 중국 상하이박물관에서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유럽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라며, 현대 한국 문화의 뿌리로서 신라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파리 전시 기간 동안 금관, 황금보검, 불교미술품 등 신라 대표 유산을 중심으로 전시를 운영한다. 전시가 끝난 뒤 출품 유물은 상하이 순회전을 거쳐 국내로 돌아오는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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