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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세종에 남겨진 꿈, 서민의 눈물로 흐르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5-23 13:56



사람은 떠나도, 어떤 사람은 끝내 떠나지 못한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래 머무는 이름이 있다.

5월. 짙어진 초록이 세상을 덮고, 바람은 조금 더 따뜻해졌지만 유독 이 계절이 되면 누군가는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누군가는 사진 한 장을 꺼내 보고, 누군가는 오래된 영상을 다시 틀어본다.
그리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삼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노란 마음 하나씩을 품고 모였다.

젊은 청년도 있었다.
머리가 희어진 노부부도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이유로 먼 길을 왔다.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세월이 17년이나 흘렀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노무현 대통령", 아니, 어떤 이들에게 그는 아직도 삶이 버거운 날 떠올리는 한 사람이다.

가난한 농촌의 아들.
돈도, 배경도, 힘도 없었던 사람.
그러나 누구보다 낮은 곳의 사람들을 이해했던 사람.
권력을 가졌지만 권위는 내려놓았고,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늘 낮은 곳을 바라봤다.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시민을 먼저 걱정했고, 경호원보다 사람들 사이를 걷는 길을 더 좋아했다.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마음은 늘 시장 골목 어귀에 있었다.
국밥집 아주머니, 새벽 공사장 인부, 택시기사, 생계를 위해 하루를 버텨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한숨을 정치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사람.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떠올린다.
그가 잘해서만은 아니다.
완벽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이었기에.
넘어졌고, 아팠고, 외로웠고, 그래서 더 사람 같았기에.
그가 꿈꾸던 나라 가운데 하나가 있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믿음.
수도권만 커지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 그 꿈은 결국 오늘의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어졌다.

행정수도, 누군가는 도시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세종은 한 정치인의 철학이 남겨진 공간인지 모른다.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균형발전이라는 이상, 지방도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꿈꿀 권리는 같아야 한다는 믿음, 그 철학 위에 오늘의 세종이 세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행정수도 완성, 국가균형발전, 지역소멸 위기.
그가 던졌던 질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너무 힘든 시대를 지나고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 늘어나는 빚, 줄어드는 월급.
병원비 앞에서 무너지는 가장.
청년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어르신들은 노후를 걱정한다.

버티는 것이 살아가는 일이 되어버린 시대.
그래서 사람들은 더 그리워한다.

정치를 잘한 사람을 넘어.
눈물을 알아주려 했던 사람을.
서민이 왜 힘든지 묻던 사람을.
국민을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바라보려 했던 사람을.
17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러나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우지 못한다.
올해도 전국에서 모인 노란 그리움은 말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 당신을 기억합니다."

세종의 바람에도.
골목길 국밥집의 따뜻한 김에도.
퇴근길 지친 가장의 어깨 위에도.
그 사람이 남겨둔 철학은 아직 살아 있다고.
사람은 떠난다.

그러나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은 남는다.
권력은 사라진다.
그러나 진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끝내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일지 모른다.

그는 대통령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사람.
울 줄 알았던 사람.
그리고 서민의 눈물을 외면하지 못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세종의 하늘도 조용히 흐린 날이다.
17년 전 떠난 한 사람을, 
대한민국은 아직도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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