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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배우 안성기 남기고 간 작품 69년의 역사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1-06 23:07



"국민배우"라는 호칭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세대와 장르, 흥행의 부침을 넘어 오랜 시간 관객의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한 이름이다. 안성기는 그 드문 조건을 충족한 배우다. 1957년 아역 데뷔 이후 69년에 걸쳐 남긴 작품과 태도는 한국 영화사의 한 축을 이룬다. 단지 많은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배우답게" 살아온 시간의 밀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안성기라는 이름에는 "안정되고 성공적인 인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아역 시절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학업을 이유로 잠시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20년의 공백 끝에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 복귀는 단순한 재등장이 아니었다. 청년 배우 안성기의 출발점이었고, 이후 배창호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1980년대 한국 영화의 미학과 흥행을 동시에 이끄는 첫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1952년생 용띠, 외국어대 베트남어과 출신이라는 이력은 그의 성실한 삶을 상징한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꾸밈없음"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그는 대중의 관심을 존중하되 사생활은 철저히 지켰고, 약속과 인사를 중시하는 태도로 영화계 선후배들의 신뢰를 쌓았다. 아내를 위해 마련한 작업실에서 묵묵히 곁을 지키는 모습은, 스크린 밖에서도 일관된 인간 안성기를 보여준다.

그의 연기 철학은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그는 "연기자라면 주어진 역할에 대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 원칙은 말이 아니라 장면으로 증명됐다. 영화 "고래 사냥"에서의 각설이 타령, 영화 "투캅스"의 블랙 코미디,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섬세한 로맨스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는 늘 역할의 요구에 몸을 맡겼다. PC통신 이용자들이 꼽은 인상 깊은 연기가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이유다.

아역 시절의 기억은 그의 출발점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다섯 살에 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 "황혼 열차"로 데뷔했고, 촬영장에서 기차에서 뛰어내리던 장면은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장의 체온을 몸으로 기억한 배우는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낡지 않는다. 그는 미래의 자신을 떠올리며 "나이에 걸맞게 잘 늙고 싶고, 그때도 여전히 배우이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의 연기 인생이 늘 현재형으로 유지되는 이유다.

안성기의 무대는 스크린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쟁의 기억 속에서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았던 세대로서,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11개국 이상을 방문했다.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도움을 건네는 위치로 이동한 이 궤적은, 그의 연기만큼이나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는 해외의 원로 배우들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힘 있는 현역 배우"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배우로서의 시간을 현재에 묶어두었다.

안성기가 남긴 것은 흥행 기록만이 아니다. 현장을 존중하는 태도, 역할 앞에서의 겸손, 사생활을 지키는 품위, 사회에 환원하는 책임감이 축적돼 "국민배우 안성기"라는 이름이 완성됐다. 그의 69년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형의 역사이며,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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