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세종시 아파트에 거주하던 장남으로부터 2년 치 사용료를 장관 후보자 지명 직전에 일괄 송금받은 사실이 확인되며 이른바 "아들 무상 거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약서를 새로 작성하거나 분가 시점 이후에도 대금을 치르지 않다가 공직 후보자 검증 시기에 맞춰 입금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기획예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의 장남은 지난달 21일 27개월 분의 아파트 사용료에 해당하는 1,080만 원을 이 후보자의 계좌로 한꺼번에 입금했다. 해당 시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기 불과 일주일 전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직 후보자 지명을 앞두고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질 수 있는 증여세 탈루나 무상 거주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급히 "사후 정산" 형식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자 측은 장남이 후보자 명의의 세종시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며 매달 사용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해 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은행 거래 내역은 이 같은 해명과 배치된다. 두 사람이 2023년 9월 작성한 주택 사용료 지불 서약서에 따르면, 장남은 전세보증금 1억 6,530만 원에 상응하는 이자 성격의 사용료를 지불하되 그 시점을 "결혼하여 분가하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로 명시했다. 그러나 장남이 서울 용산구 아파트로 전입신고를 마친 분가 시점이 지난해 4월이었음을 고려하면, 서약서상 사용료 완납 기한은 지난해 7월까지였다. 결과적으로 장남은 계약상의 기한을 1년 가까이 넘긴 뒤에야, 그것도 모친의 장관 지명 직전에 거액을 송금한 셈이다.
추가로 확인된 정황은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 후보자 측은 장관 지명 발표 나흘 전인 지난달 24일 기존 서약서를 보완한 새로운 서약서를 작성했다. 새 서약서에는 "2026년 1월부터 월 40만 원을 받는다"는 구체적인 문구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서약서의 효력이 분가 시점에 종료됨에 따라 이후 발생할 무상 거주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사후 조치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장남은 2023년 8월 세종시 소재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취업한 이후 해당 아파트를 실거주지로 이용해 왔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금전 거래에서 이처럼 지명 직전에 일괄 송금이 이뤄지거나 차용증 혹은 서약서를 소급하여 작성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증여 의혹 숨기기" 수법이라고 지적한다. 통상적인 임대차 관계라면 매월 임대료가 지급되는 것이 상식적이며, 계약서상의 지급 기한을 넘겨 지명 직전에 대금이 오간 것은 객관적으로 소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의혹을 다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늘(19일) 열릴 예정이지만, 여야의 극심한 대치로 정상적인 진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후보자 측이 소명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측은 부실한 자료 제출 상태에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야당의 정치 공세 장만 열어주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청문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아들 거주 의혹뿐만 아니라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명 직전 입금된 1,080만 원의 출처와 서약서 재작성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가 재정을 총괄하고 예산 배분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후보자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금전 관계의 투명성은 공직 적격성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해당 의혹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증거와 논리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임명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