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초동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전 형사과장 박모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광주지방법원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 후 "현재까지 소명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박 경정은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수사를 받게 됐다.
박 경정은 장윤기 사건 수사 당시 최소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한 '강간 목적 살인' 대신 일반 살인 혐의가 적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또한 장윤기의 스토킹 및 성폭행 사건을 살인 사건과 함께 수사하지 않고 별도 사건으로 분리해 다른 부서로 넘기는 과정에서 수사 책임자로서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됐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박 경정은 유족과 국민에게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윗선이나 본인의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 경정 측 변호인은 "성범죄 목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병합을 국가수사본부에 세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건 분리는 국가수사본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특별수사단이 추진해 온 전 광산경찰서장 등 윗선 개입 여부 규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특별수사단과 광주지검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같은 날 국가수사본부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부실수사 및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향후 추가 증거 확보와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