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위원회는 첫 번째 점검 대상으로 ‘장윤기 사건’을 선정하고 경찰의 초기 사건 처리 과정과 피해자 보호체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청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경찰 수사개혁위원회’ 발족식과 첫 회의를 개최했다. 기존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는 외부위원 중심의 운영 취지와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해 수사개혁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위원장은 김남준 변호사가 맡았다. 외부위원으로 윤동호 국민대 법학과 교수, 박용대·조순열·정영훈 변호사,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등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유승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이미경 과학수사심의관, 조주은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 등 3명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위원회는 피해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외부위원을 추가로 위촉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매주 한 차례 정례회의를 열어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경찰청이 제시한 안건뿐 아니라 위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도 직접 의제로 제안할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다음 회의에서 가장 먼저 다룰 안건은 장윤기 사건이다. 위원회는 경찰로부터 장윤기 사건의 초기 신고와 사건 배당, 수사 지휘, 피해자 보호조치 등 처리 과정에 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장윤기 사건은 경찰이 범행 이전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사를 부실하게 진행했거나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축소·분리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현재 별도의 특별수사단이 당시 수사 관계자들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수사개혁위원회는 개별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장윤기 사건을 통해 드러난 조직과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하는 자문기구다. 관련 경찰관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수사를 통해 별도로 이뤄진다.
위원회는 경찰관 본인이나 가족이 관련된 사건을 다른 경찰관서로 이관하는 ‘상피제’ 강화, 수사 지휘 과정의 기록 의무화,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 확보, 내부 비위 감시체계 개선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유사 사건을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첫 회의에서 제기됐다.
피해자와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직접 듣는 절차도 마련된다. 위원회는 다음 달 6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성폭력과 관계성 범죄 피해자 보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피해자, 현장 수사관,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도 순차적으로 수렴해 개선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남준 위원장은 국민의 시각에서 경찰 수사 발전을 위한 의견을 전달하고 논의 결과가 현장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원회가 마련하는 개선안은 권고 성격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경찰청이 권고안을 실제 규정과 현장 수사 절차에 얼마나 반영하는지, 시행 결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지가 수사개혁위원회의 실효성을 가를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