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 3상에 집중 투자하는 1700억원 규모의 정책펀드가 조성된다. 정부는 목표액 가운데 1200억원 이상이 확보되면 펀드 결성이 끝나기 전이라도 투자를 시작해 후기 임상 단계의 자금 공백을 줄일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임상 3상 특화펀드 주관 운용사로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펀드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도 자금 부족으로 개발을 중단하거나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복지부는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지난 5월 11일부터 6월 5일까지 운용사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에는 운용사 4곳이 참여했으며,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 발표 심사를 거쳐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최종 선정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인력의 투자 역량과 기존 펀드의 운용 수익률, 민간 자금 조달 가능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 결성액은 1500억원이었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이를 200억원 웃도는 1700억원을 조성 목표로 제시했다.
운용사는 펀드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혁신 신약이나 바이오베터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실제 임상 3상을 추진하는 제약·바이오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 대상은 10개 안팎의 기업으로 압축해 기업별 임상시험 규모와 자금 수요에 맞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임상 3상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하는 단계다. 시험 대상과 기간이 늘어나면서 초기 임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최종 허가 실패 가능성도 있어 민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은 모두 57개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자금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우선 결성 방식"을 허용한다. 기존 목표액 1500억원의 80%인 1200억원 이상이 확보되면 전체 목표액을 채우기 전이라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1700억원은 현재 조성 목표액으로, 실제 투자 규모는 민간 출자금 모집과 펀드 결성 절차가 마무리돼야 확정된다.
이번 펀드가 계획대로 조성되면 지난 6월부터 조성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를 포함한 전체 정책펀드 규모는 9496억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K-바이오 메가펀드 목표까지 남은 금액은 504억원이다.
성창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우수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도 자금 부족으로 후기 임상을 주저했던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임상 3상 완주와 상업화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운용사 선정으로 투자 틀은 마련됐지만 실제 성과는 민간자금 확보 속도와 투자 대상 기업의 선정, 임상시험 성공 여부에 달렸다. 정부 출자를 기반으로 한 펀드가 자금 지원을 넘어 신약 허가와 상업화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