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원유 수송로 불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과 국내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하반기 물가와 기업 생산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7.04% 급등한 것으로, 종가 기준 약 두 달 만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17% 오른 배럴당 92.19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은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원유 수송망을 둘러싼 불안이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밝히면서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의 운항 차질 우려까지 커졌다. 두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다.
브렌트유는 24일 배럴당 96달러대로 다시 내려왔지만, 중동 정세에 따라 하루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원유 공급이 실제로 줄거나 선박이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면 운송 기간과 비용이 함께 늘어나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원유 도입비용 증가는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해운·물류·전력 등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고환율까지 지속되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 더 늘어난다.
소비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반영되고, 운송비와 공공요금,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한 달간 현 수준으로 동결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가격 억제에 필요한 정유업계와 재정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가계와 기업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확대되면 통화당국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지고, 상황에 따라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점검하면서 수급 안정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해협과 홍해 항로의 정상화 여부다. 중동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고유가·고환율·고금리가 동시에 내수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3고’ 부담이 하반기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주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