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한 대학 특강 자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당시 극우 보수 세력의 시위나 항의, 위협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서 탄핵 심판에 대한 책임을 완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문 전 대행은 "선고를 못 하고 나갔을 때 제가 살 수 있겠느냐.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 못 하고 나갔을 때 거리를 어떻게 다니겠나. 그걸 걱정했다"고 당시의 절박했던 심정을 밝혔다.
탄핵 선고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입장을 전했다. 빨리 결정하기보다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으며, 그 판단이 결국 옳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런 사건일수록 모든 쟁점을 다 검토하고, 모든 사람(헌법재판관)이 다 숙고하고, 그렇게 내려야만 설득력이 있을 것 아니냐.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후유증이 좀 적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전 대행은 향후 들어설 새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방송 4법을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방법은 제가 볼 때는 이거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방송 4법을 주장했다. 그랬지 않나. 민주당이 만약 여당이 된다면 방송 4법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주관으로 약 90분간 진행된 이번 특강에서 문 전 대행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며, 그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판사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다했고, 김장하 장학생으로서 받은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