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정치적 편향 발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독립기구의 수장이자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 정당을 비난하고 정치적 견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국가기관의 공식 결론이 나온 것이다.
감사원은 8일 이 위원장에 대한 국회 감사요구안 처리 결과를 공개하고, "이 위원장은 일반 공직자보다 더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유지가 요구됨에도, 전파 가능성과 파급력이 큰 유튜브 채널에 수회 출연해 특정 정당을 직접 거명하며 반대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는 이 위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해 9월,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촉발됐다. 이 위원장은 당시 '펜앤드바이크TV', '고성국TV' 등 복수의 유튜브 방송에서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하는 집단"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자신을 "보수의 여전사"라 칭하는 것에 대해 "참 감사한 말씀"이라며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발언들이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가 규정한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감사원은 결정문에서 "이는 방통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향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길 바란다"고 처분 이유를 명시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방통위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 조치했다. 이는 이 위원장이 과거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 단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보인 편향성 논란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해야 할 방통위원장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감사원의 처분을 받게 되면서, 이 위원장의 리더십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감사 결과가 향후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와 방통위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