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살고 싶은 섬"으로 불리며 인구 유입의 상징이었던 제주특별자치도가 심각한 인구 감소의 그림자에 휩싸였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멈추고 2년 넘게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면서 제주시의 인구 50만 명 선이 7년 만에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감소를 넘어, 제주의 경제 및 사회 구조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2025년 8월 22일 제주특별자치도 인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제주시 인구는 50만 388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1월 50만 명을 돌파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한 수치로, 현재의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내 붕괴가 확실시된다. 서귀포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같은 기간 인구 19만 2명을 기록하며 7년 만에 19만 명 선이 무너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제주의 인구는 "한 달 살이" 열풍과 함께 귀농·귀촌 인구가 몰리며 2023년 정점을 찍었다. 당시 제주시 인구는 50만 8270명, 제주 전체 인구는 7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23년 1월을 기점으로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더 많은 "순유출" 현상이 시작되었고, 이는 무려 27개월 동안 단 한 번의 반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제주시에서 1725명이 섬을 떠났으며, 인구 정점과 비교하면 4384명이나 줄어든 규모다.
인구 유출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제주시의 도심과 읍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인구 1만 명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보였던 한경면마저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주시 원도심인 삼도2동은 인구 8000명 선이 무너졌다. 혁신도시와 영어교육도시 조성으로 20만 명을 바라보던 서귀포시 역시 인구 감소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관내 17개 읍·면·동 중 인구 2만 명을 넘는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하며, 5개 동은 인구 5000명 미만으로 지역 소멸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인구 유출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적인 저출산·고령화 기조와 더불어, 제주의 높은 물가와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정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한, 관광 및 서비스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를 보이며 젊은 층의 이탈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도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내국인 유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외국인 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이민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입법예고한 "제주특별자치도 외국인주민 및 이민 지원 기본 조례안"이 대표적이다. 이 조례안은 외국인 유학생과 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이들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인구 감소 위기를 외국인 이민 확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정책적 전환으로, 그 실효성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