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미국 증시가 관세 정책을 둘러싼 혼선 속에 혼조세로 마감한 가운데, 코스피가 9일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이내 등락을 거듭하며 보합권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전날 관세 통보와 삼성전자 실적 충격이라는 이중 악재를 딛고 강한 반등을 보였던 시장이 본격적인 방향성 탐색에 나선 모습이다.
9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3114.95)보다 8.27포인트(0.27%) 오른 3123.22에 개장했다. 그러나 개장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는 이내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고 3110선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강보합과 약보합을 오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장의 움직임은 전날의 강한 반등세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앞서 8일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서한 발송과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 쇼크’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1.81% 급등하며 3100선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주가에 이미 선반영된 불확실성이 마침내 해소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가 각각 0.3%, 0.07% 하락했으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03% 오르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관련 발언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와 여전한 불확실성이 공존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투자 주체별 수급 동향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날 25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가 장중 지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인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새로운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날 상장하면서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전날 강세를 보였던 일부 금융주와 반도체 대형주 내에서는 등락이 엇갈리며 숨 고르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큰 방향성 없이 개별 기업의 실적과 업황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