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다음 주부터 중단시키기로 했다. 이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비공개 회의 내용을 왜곡해 개인 정치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독립기구 수장을 국정 논의의 핵심인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퇴장시킨 초유의 조치로, 이재명 정부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통위원장은 배석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 대변인은 “최근 감사원이 이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음에도,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고 소셜미디어에 정치적 견해를 게재하는 등 중립 의무를 거듭 위반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어제(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의 충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위원장은 회의 마무리 발언을 하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만류에도 발언을 강행하려 했고, 이에 이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최근 국회에서 이 위원장이 ‘방송3법’ 관련 대통령의 ‘업무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을 대통령실이 ‘의견 개진 요청’이었다고 즉각 반박하는 등 갈등이 고조돼 왔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이 위원장의 행위를 공직기강 해이로 규정하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이 대통령에게 배석 배제를 건의해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방송통신위원장은 의결권이 있는 국무위원이 아니며,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의장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참석하는 ‘배석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대통령이 의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배석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법적 절차상 문제는 없다.
그러나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 기관의 수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이 위원장의 거취를 직접 압박하는 동시에, 방송 정책과 관련해 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대통령실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야권은 즉각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지만,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독립기구의 수장을 대통령의 뜻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정 논의에서 배제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입틀막’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방송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며, 이 위원장의 향후 거취 문제도 다시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