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로 예고된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유럽연합(EU) 및 중국과 잇따라 막판 협상에 돌입한다. 특히, 한미 고위급 협상은 상호 관세 발효를 목전에 둔 이번 주 중후반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무역 협상을 위한 회동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여행 일정 중 이루어지는 이번 만남은 수개월에 걸친 셔틀 외교 끝에 성사된 사실상의 최종 협상이다.
현재 양측은 합의안을 세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역 품목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항공기, 일부 의료기기, 복제약, 특정 주류, 미국 산업에 필수적인 일부 제조 장비는 예외 품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은 별도 쿼터제를 통해 일정 물량까지는 낮은 세율이 적용되며, 이를 초과하는 수입분에는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까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할 경우, 한국 협상팀은 더욱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에너지 및 반도체 제품 구매 확대, 유럽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고 있으며, 자동차 관세 인하 역시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양보를 요구할 경우 협상이 좌초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유럽연합과 협정을 맺을 가능성은 50대 50, 어쩌면 그보다 낮을 수도 있다"며 "협정이 성사되려면 유럽이 스스로 관세를 낮추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협상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중국과도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다. 28일부터 29일까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팀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팀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관세 문제를 논의한 1차 무역협상에서 상호 보복성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으며, 다음 달 12일 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지나친 수출 의존형 경제 체제 자체를 문제 삼을 예정이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제조업 수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속 불가능하며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경제"라며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국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의 윤곽을 갖췄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미·중 회담에서도 진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상호 관세 유예 마감일을 앞두고 미국 협상팀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면서 한국 협상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베선트 장관과 협상을 위해 이번 주 미국을 찾으며, 오는 31일 회동이 유력하다. 이는 상호 관세가 부과되는 8월 1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현재 미국에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을 이끌고 있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지난 24일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만난 데 이어 25일 뉴욕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도 협상을 진행했다. 밤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타결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