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등 재난 상황을 이유로 여름휴가 신청이 반려되었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닷새 만에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장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지만 휴가 신청이 반려된 것은 난생 처음이고, 적잖이 씁쓸한 기분"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기관장이 휴가 신청을 한 것이 기사가 되고 휴가 신청이 반려된 것도 기사가 되는 대한민국"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휴가 신청과 휴가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휴가를 신청한 18일과 휴가를 실시할 예정이던 25일 사이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변수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장관급은 휴가 실행 일주일 전에 신청하도록 한 행정 절차 때문에 사전에 휴가 계획을 신청해 둔 것이며, 휴가 실행 이전에 폭우 등 자연재해나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휴가 실시는 당연히 없는 일이 된다는 논리다.
이어 그는 "나의 경우 경찰과 공수처 등에 고발된 사건들이 적지 않아 정작 휴가를 실시하더라도 집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간부들에게 말해뒀었다"며,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뛰어나올 것이라고도 일러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재난 방송을 책임지는 기관장의 휴가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휴가 신청은 반려되었지만, 정작 상임위원은 임명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기관장 휴가 신청에 국회의원들이 논평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인데 지금 상임위원 단 한 명으로 중요한 안건들을 심의, 의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 몫 한 명, 국회 추천 세 명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취재했던 이력을 언급하며 자신의 업무 열정을 강조했다. 그는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을 때 네 살이던 딸을 두고 국경을 넘어 하루 서너 시간씩 자며 취재했고,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도 방송했다"며, "평생 일 욕심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나로서는 휴가 반려 소식에 황당함과 씁쓸함을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재난 중 휴가 '신청'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또 다른 프레임 조작이라고 비판한 이 위원장은 "어떤 공무원이라도 부적절한 휴가 사용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휴가 신청이라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며,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어봤던 전력이 있는 사람들만 나에게 돌을 던지라"고 매듭지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이달 25일부터 31일까지 휴가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실에 제출했으나, 22일 반려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재난 대응 심각 단계에서 재난 방송 컨트롤타워인 방통위원장의 휴가 신청은 부적절하다고 봐 이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