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내란방조' 혐의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섰다.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그는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고, 이 모습은 재판부의 허가에 따라 언론의 카메라를 통해 전국에 공개됐다. 전직 국무총리가 내란 관련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장면이 공개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날 오전 10시, 짙은 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한 전 총리는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뒤에는 잠시 눈을 감거나 정면을 응시하며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등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법정의 모든 시선이 대한민국 행정부의 2인자였던 그의 모습에 집중되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번 법정 촬영은 재판부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 시작 전 약 2분간 진행된 언론의 촬영을 통해, 국민들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장면을 직접 목도하게 됐다.
한 전 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위법한 계엄 선포를 막아야 할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고 오히려 이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십 년 공직생활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 국가의 근간을 흔든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선 모습은, 그 자체로 법 앞에는 성역이 없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잠시 후 재판이 시작되면서, 그의 유무죄를 가릴 치열한 법정 공방의 막이 올랐다.